2013년 6월 24일 월요일

[영화] 루비 스팍스 (Ruby sparks)



 영화 표지만 보더라도 기욤뮈소의 <종이여자>가 단번에 떠올랐다.
처음 영화가 시작될때 '<종이여자>의 영향을 받았다'라는 글이 나올줄 알았는데 나오지 않아서 '그럼 영화가 끝나면 엔딩크레딧에 나오겟군' 하며 감상을 했는데 끝내 나오지 않더라, 궁금해서 웹 검색을 해보니 둘은 전혀 관련이 없는 소설과 영화였다. 

 하지만 너무 같은 주제가 아닌가! 군시절 나의 가슴을 달달하게 만들어준 <종이여자>와 구성 자체가 너무 비슷하다. 근데! 루비 스팍스의 이 현실감은 뭐지?! 내가 솔로라서 더 잘 와닿았는지는 몰라도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속 작가의 마음이 완전하게 공감됐다.

 <종이여자>를 읽었을때에는 '오, 달달한데?' 하며 읽다가 아빠 미소로 '잘 읽었다.' 하고 말았는데, 루비 스팍스는 영화이지만 너무나 현실감 있어서 영화를 보다가, '혹시, 내가 지금 영화 보는 것도 누가 소설로 써놓은거 아냐?' 라고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스포일러 포함) 
 루비 스팍스는 작가가 꿈에서 본 여자에게 영감을 받아 만들어낸 소설속 인물인데 어느 날 갑자기 현실에 나타난다. 작가는 소위 멘붕 상태가 되고 자신이 미친게 분명하다고 생각해 정신을 차리려고 애를 쓰지만 다른이들이 루비와 대화하는 걸 보고 루비가 꿈이나 환상이 아닌 진짜라는걸 알게 된다. 작가는 자신이 바라던 완벽한 루비에게 단번에 사랑에 빠지고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하지만 여느 커플이 그렇듯 루비도 작가와의 반복된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고 작가와 점점 멀어지려 한다. 작가는 루비가 자신을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가 바라는 루비의 모습을 소설로 써나간다. 하지만 작가가 루비에 대해 그가 원하는 대로 쓰면 쓸수록 루비도 작가도 서로 불행해진다. (난 이 부분에서 가장 공감을 많이 느꼈다. 서로를 서로가 원하는 대로 바꾸려고 하면 점점 불행해 지지 않던가!) 결국 작가는 루비를 놔주기로 하고

'She was no longer Calvin's creation, She was free.'
'그녀는 더이상 케빈(작가)의 창작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라고 타이핑을 한다. 루비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고, 작가는 그녀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완성한다.

<종이여자>와 루비 스팍스는 너무나도 많이 닮아있고, 사실 종이여자가 2010년에 출판되었고 루비 스팍스가 2012년도 영화이니 표절이라면 표절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루비 스팍스는 루비 스팍스 만의 질문이 있는것 같다.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물음 말이다. 사실 나도 그랬고 주변을 보더라도 일단 사귀고 나면 서로를 구속하고 서로의 규칙에 상대방을 끼워 맞추려고 노력한다. 마치 동그라미 구멍에 삼각형 도형을 억지로 집어넣으려는것 처럼, 하지만 그러다 보면 모형이 박살이 나든 내 손이 박살이 나든 어느 한쪽은 상처를 입게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것, 이해 하기는 쉽지만 내가 하기에는 어려운 정말로 상대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영화 였던것 같다.